어린잎이라는 세계
책 <어린이라는 세계>에서 제목을 빌어 보았다.
'어리다'는 것의 좋은 점은 셀 수 없이 많지만,
그 중 제일은 유연함이 아닌가 생각한다.
신체의 유연함 그리고 생각의 유연함도.
주말에 우리집 호야가 오랜만에 새 잎을 틔웠다.
나도 모르게 탄성을 뱉으며 여린잎의 촉감을 느껴 본다.
"세상에...새 잎이 나왔어. 너무 예뻐. 너무 기특해!"
를 연발하고 있는데 우리집 꼬맹이가 쪼르르 달려온다.
"어디, 어디?"
"자 여기 봐, 작고 예쁘지? 촉감은 더 좋아.
만져 볼래?"
"우와 촉감이 신기해...!"
그러나 일곱살 어린이는 힘 조절이 어려웠고.
조그만 손 안에서 어린잎이 빠직 하고 갈라져 버리고 말았다.ㅠㅠ
아이에게 살짝 만져보라고 주의를 주었어야 했는데,
내 탓이다 싶으면서도 속상하고.
잎을 틔우자 마자 한 귀퉁이가 갈라져 버린 호야가
너무 안됐고.
애꿎은 아이가 뾰루퉁해 있자,
너는 어린잎에게 미안하지 않냐며,
사과하지 않는 아이에게 한 마디를 꼭 해야했고.
(참 부족한 게 많은 엄마다.)
그렇게 아이도 나도 속상했던 주말 오후였다.
그런데 며칠 지난 오늘 호야를 들여다 보는데,
갈라졌던 부분이 너무 예쁘게 모양을 잡고 있었다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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갈라진 면이 아물고 꼭 몬스테라의 갈라짐처럼 자연스러운 모양으로 자랐네?
어린 생명체가 가진 힘이란....!
그가 가진 유연함이 경이로웠다.
어린 생명체는 비록 연약하지만,
그만큼 유연하고 치유되는 속도가 빠르다.
생각해 보면 아이들도 마찬가지다.
치유력과 유연성이 좋은 어릴 때 조금씩 좌절도 해 보고,
어려움도 겪고 그걸 잘 극복하는 과정에서
더 멋진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믿는다.
어린 잎에게 상처를 주고 죄책감을 느껴 본 아이는
(비록 미안하단 말은 속으로 삼켰지만)
다음 부터 어린잎을 다룰 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
배웠을 거다. 죄책감은 공감의 다른 이름이다.
괴롭지만 죄책감을 견디며 올바르게 해소하는 과정을 겪으며 우리는 좋은 사람 좋은 어른으로 자란다.
식물을 돌보는 건 기다림과 조바심의 연속이지만,
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그저 하다보면,
그로부터 정말 소중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.
오늘도 난 너에게 이렇게 한 가지 배운다.